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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29. 05:17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3365 

언더그라운드는 오옴진리교사건을 다룬 무라카미하루키의 인터뷰책이다. 
1편은 지하철사린테러의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고,
2권에서는 오옴진리교에 빠졌던 신도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다.

내가 중학생때 오옴진리교 사건이 터졌는데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우리나라까지 한 동안은 오옴진리교사건으로 떠들썩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아가동산 같은 사이비종교문제가 불거질때마다 같이 거론되고 하는 대표적인 사이비종교사건이기도하다.

이것은 아사하라 쇼코를 교주로 하는 오옴진리교라고 하는 사이비교단에서 도쿄 지하철내에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화학물질 사린을 살포하여 12명이 사망하고 5천여 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평일 출근시간에 불특정다수를 공격한 사건이라 전 세계적으로도 인민사원이후 사이비종교단체가 일으킨 대규모 피해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사건 이후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들로 이 사건을 분석하려 했지만 하루키는 피해자들의 이야기와 가해자들(그리고 다른 오옴진리교신도들)의 이야기를 그저 기술하고 있다.
담담하게 피해자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원인과 결과>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사람의 문제가 남는다. 갑자기 닥친 재앙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비극을 동정할 때는 그 고통이 자신의 책임이 아닐 때 가령 천재지변과 같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것일때, 그리고 그 재앙이 언제라도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성격일 때이다. 도쿄의 지하철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고 자칫하면 나 역시...라는 생각은 피해자들에게 한층 더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때는 월요일. 활짝 갠 초봄의 아침. 아직 바람이 차가워 오가는 행인들은 모두 코트를 입고 있다. 어제는 일요일, 내일은 춘분 휴일, 즉 연휴의 한가운데다. 어떤 사람은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러 사정상 당신은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신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한 다음,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역으로 간다. 그리고 늘 그렇듯 붐비는 전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딱히 다른 날과 구분할 필요도 없는 당신의 인생 속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변장한 다섯 명의 남자가 그라인더로 뾰족하게 간 우산 끝으로, 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콕 찌르기 전까지는……
『언더그라운드1』에서


피해자들의 이야기들은 가슴아프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가해자집단 오옴진리교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재작년에 1Q84를 읽었을 때 (재현이에게 빌려서 1-2권만 읽고 그 후에 3권도 출간되었는데 별로 읽고 싶지 않아서 2권에서 멈추었다) 소설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종교단체 '선구'이야기가 분통이 터져서 하루키세계의 클리쉐완결이라고 조롱하는걸로 잊었는데 언더그라운드를 보고 나니 왜 그런식으로 사이비종교집단을 묘사했는지 약간은 이해가 갔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당신은 옴진리교에 입신한 것을 후회합니까?”라고 질문해봤다. 그들 거의 대부분은 입을 모아, “아니, 후회하진 않는다. 그것이 허송세월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현세에서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순수한 가치가 분명히 거기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악몽으로 전환해버렸다고 해도 그 빛이 내뿜는 눈부시고 따뜻한 초창기의 기억은 지금도 그들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그것은 다른 뭔가로 쉽게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더그라운드 2 약속된 장소에서』에서


 수없이 많은 사이비종교단체들이 사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장사를 하거나 권력을 누리는 것을 비판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기에 묘사되는 오옴진리교 신자들(아마 이 자리에 다른 사이비종교 무엇을 넣던지 마찬가지 일것이다)이 내면의 공허함과 삶의 남루함을 채워 줄 수 있는 통로로  오옴진리교를 선택한 이들을 비난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물론 쇼코와 히라타등 주요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종교가 가진 수많은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은 (비록 사이비종교라할지라도) 종교의 큰 장점이자 존속할 수 있는 기반이 아닐까.
당장 내 옆에 있는 가까운 사람을 외롭지 않게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것이다.
2010. 12. 21. 03:05
<오렌지만 과일은 아니다>는 지넷 윈터슨이 23살에 쓴 자전적인 소설로 발표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지넷 윈터슨을 인기작가로 만들어주었다.

광적인 기독교 가정에 입양된 지넷은 편집증일 정도로 기도와 선교에 집착하는 어머니와 약간은 무기력한 아버지와 살고 있다. 지넷은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집에 책이라고는 여섯권이 있을 뿐인데 그 중 세권은 성경이었다. 학교에서도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일상(선교에 관련되)을 이야기하거나 지옥에 관해 끔찍한 묘사를 해서 다른 아이들을 겁먹게 하는 등 점점 외톨이가 되어간다. 그러다 열여섯이 되던 해 동네 다른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되고 이 사실이 발각되어 엄마와 교회와 갈등을 빚는다. 그리고 집에서 나와 장례식보조아르바이트를 하며 홀로 서게 된다.

여기까지가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고 실제의 지넷은 책에서처럼장례식보조뿐아니라 아이스크림장사, 정신병원도우미 등 여러가지 일을 하며 주경야독하여 21살에 옥스퍼드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23살에 첫 소설을 내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렌지만 과일은 아니다Oranges Are Not the Only Fruit 는 BBC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큰 인기를 모았다.

책의 내용 중 인상적인 챕터(각 장이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등 성경의 목차를 따왔다)인 신명기를 옮겨본다.


2010. 8. 20. 20:12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들을 골라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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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야한다. -에밀아자르(로맹가리), 자기앞의 생.

문학동네에서 나온 불어완역본보다 어찌된 셈인지 청목에서 나온 영어중역본의 번역이 더 생동감있게 느껴지는 데(워낙 좋아하는 책이라 문학동네,문예,청목 세출판사 본으로 가지고 있지.) 그것을 옮겨오자면 이렇다.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법이다. 사랑해야 한다."


해안이 빌수록 내겐 항상 더욱 가득한 것 같다. 물개들은 바위 위에서 입을 다물고 있고, 나는 미소 지으며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고는 그들 중에 한 마리가 가만가만 내게 다가오는 것을, 갑자기 내 뺨 혹은 어깨 사이에 그 다정한 콧마루가 느껴지는 것을 상상해본다…… 나는 살아냈다.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나는 들소와 천사들, 오래가는 그림물감의 비밀, 예언적인 소네트, 그리고 예술이라는 피난처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너와 내가 나눌 수 있는 단 하나의 불멸성이란다, 나의 롤리타.
- 나보코프, '롤리타'



그러니, 윌리야.
너와 나는 사람들의 상처를 다독거려 주는 사람이 되자.
특히 피리 부는 사람들을!
그들이 우리에게 피리를 불어 쥐를 쫒아 주겠다고 하든 안하든
우리가 약속한 것이 있다면, 그 약속을 꼭 지키자.  - 로버트 브라우닝.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이 책의 최고의 장점은 케이트 그리너웨이의 그림이란다! 난 그림책을 좋아하거든.)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 김승옥. 무진기행.



"짹짹?"    -커트 보네거트,  5 도살장. (읽어보면 이 짧은 단어가 얼마나 큰 울림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단다)



사랑하는 발렌틴,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거에요. 이 꿈은 짧지만 행복하니까요." -마누엘 푸익. 거미여인의 키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현진건. 운수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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