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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21. 01:30

자기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은 그만둘 수가 없는 일이다. 자기가 하고 싶어도 남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하지 않는 일은 그만둘 수가 있는 일이다. 그만둘 수 없는 일은 언제나 그 일을 하고는 있지만, 자기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그만두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하고 있지만,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때로는 그만두기도 한다. 참으로 이렇게 된다면 천하에 도무지 일이 없을 것이다.

남을 논박하는 상소문을 봉해 올려서 조정 신하들의 시비를 따지려고 하다가 잠시 생각해 보니, 이 일은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경우였다.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는 일은 내 마음에 크게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음에 크게 두려움이 있는 일도 또 그만두었다. 진기한 옛 기물들을 널리 모으려고 하다가도, 이것 또한 그만두었다.
벼슬 자리에 있으면서 공금을 농간하여 남의 돈을 훔치겠는가? 이것도 또한 그만둔다. 마음에서 일어나고 뜻에서 싹트는 모든 일은 아주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그만둔다. 아주 부득이한 일이더라도,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던 일은 그만둔다. 참으로 이렇게만 된다면 천하에 무슨 일이 있으랴.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기(與猶堂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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